게임제작 이야기

게임회사 취업 준비, 예비 게임 프로그래머들의 착각

원생계 2019. 3. 10. 20:44

얼마 전, 게임 회사에 취업하고싶은, 게임 프로그래머 지망생 한 분에게 상담을 요청받았습니다. 마침 여유 시간이 좀 생겨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대화를 통해,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같은 고민을 겪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글 마지막에 요약본도 첨부합니다.)


(ⓒ arifriyanto, 출처 Unsplash)

상담을 요청해주신 분의 고민은 이랬습니다.


1. 지금까지 이런 것들을 해왔는데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려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2. 포폴로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데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3. 어떤걸 더 해야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공통적으로는,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려는 데에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싶고,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게임 프로그래머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게임을 하나 완성하려고 준비 하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이 지점에서 꼭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직접 개발한, 구동되는 게임이 포폴로 있어야 할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의 포폴로 완성된, 혹은 완성도 높은 게임 프로그램이 제출된다면 당연히 좋긴 합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고민은 당연히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포폴이 없는 분들이 하시겠죠.



직접 프로그래밍 해서 완성도가 높은 포폴이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진 좋습니다. 



이 때, 이 게임이 재밌어야 할까요?


“게임이니까 당연히 재밌어야 하지 않을까요?”


틀렸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로 구직 포폴을 만드는데 그 게임이 재밌을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회사에서 해야할 일은 “재미있게 만들기”그 이전에 “구현”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거시적으로는 당연히 재밌는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게 같이 협력해야 하지만, 이부분은 글이 길어지니 줄입니다.



또, 이 포폴 게임의 그래픽이 차별화되고 이뻐야 할까요?


“그래도 게임인데, 그래픽이 좋으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요?”


좋은 게 좋은 것이지만, 그래픽도 사실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렌더링 프로그래밍 관련 포지션으로 지원한다면 좀 다른 맥락의 긴 이야기가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인 게임의 시스템과 컨텐츠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 포지션으로 구직 중이라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구현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 가능한 포폴이면 충분합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요.



포폴로 레이싱 게임의 구현 능력을 보여주고싶다? 커브가 한둘쯤 들어가고 시작과 끝이 있는 트랙. 서로 특징이 다른 자동차 2~3대 정도로 구동이 되는 기술 데모 수준만 되어도 충분할 거라 봅니다.



포폴로 캔디크러쉬사가같은 3매치 퍼즐을 만들고싶다? 하나의 스테이지에 모든 특수블럭을 등장시켜서 각각 효과가 동작하는 기술 데모만 만들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스테이지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면, 더미 스테이지를 만들어 여러 스테이지가 확장 가능하다는 정도를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그 스테이지들이 게임으로써 재밌고 비주얼이 아름다울 필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포폴로 리니지 레볼루션이나 검은사막같은 모바일 MMORPG 를 만들고싶다? 더미 맵과 더미 캐릭터가 컨트롤에 따라 움직이고, 더미 퀘스트를 수락하고 간단한 조건 만족으로 완료/보상 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 데모 프로그램과 같은 방향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광활한 맵과 스테이지, 다양한 캐릭터, 화려한 수십가지 스킬과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 등등등. 모두 있다면 좋겠지만 이 많은 구현 이슈들을 취업을 위해 몇개월, 몇년씩 시간을 들여 개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위에서 말한 예시들을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에선 버티컬 슬라이스 데모(Vertical Sliced Demo) 라고 합니다. 케이크를 세로로(Vertical) 잘라서 단면을 보면, 내부가 어떤 구성이고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죠. 케이크를 전부 맛보지 않더라도 단면을 잘라보면 효과적으로 구성을 파악할 수 있고, 조각으로도 맛볼 수 있겠죠.



간단히 말하면 조각케이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게임 프로그래밍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포폴 명세를 정하기 좋습니다. 또, 조각 하나에 모든 기능을 다 담을 필요도 없습니다. 보여주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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